오늘도 글을 끄적여 본다.
난 정말 빠르게 흘러간 시간들을 거쳐 16년을 살아왔다.
물론 훨씬 많이 살아온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로써는 내 삶이 최초이다.
5살 즈음 가족과 외식가고, 경주에 놀러가고, 기차여행 갔을 때가 정말 엊그제 같지만,
그 뒤 정말 많은 시간이 흘러왔다.
시간의 흐름은 나만 겪으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우리 가족도 겪는다.
시간이란 것을 묶어두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다.
시간은 지금처럼 빠르게 흘러가서, 결국 한 점에 도달하겠지.
과정을 빨리감기 한 것 마냥 주마등이 스쳐가는 날이 올 것이다.
마지막 호흡이 주어질 것이고, 평생을 함께 보내 온 자아를 보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사람이란, 꽃처럼 활짝 피어도 결국엔 시든다.
어쩌면 끝이란 것이 정해져 있기에 아름다운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한정판에 끌리는 것처럼.
한 노래 가사를 할머니 옆에서 들은 적이 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정말 아름다운 구절이었다.
사람은 삶을 즐길 동안 매우 많은 감정을 음미한다.
행복, 슬픔, 사랑, 두려움, 분노, 감동....
이것들이 모두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지만,
끝이 정해져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누군가에게는, 언젠가는 아름답게 변할 것이다.
만약 의학이 정말 발달해서 영원히 살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정말 행복할 것이다. 말할 수 없이.
하지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영원히 산다니.
영원히 산다면 어쩌다 의학도 못 근접하는 자연재해 재앙이 올 것만 같다.
이런 재앙에서 벗어나 삶을 즐기라고 한정된 시간을 가진 것일까.
우리 모두 시한부라는 생각도 한다.
100년 시한부.
그 기간이 너무 길어 삶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비로소 한정된 시간에 가까워지면 소중함이 찾아오겠지.
아니면 그 소중함도 누리지 못하고 순간의 찰나에 시간이 없어지겠지.
근데,
나는 그 소중함을 지금부터 잊지 않으려 한다.
마지막 숨이 주어질 때 후회하지 않게끔.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소중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게끔.
이 감정이 내년, 혹은 다음 달만 되어도 내 머릿속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내 주변엔 소중한 사람들이 많고, 난 이미 소중한 삶을 살고 있으니
삶의 순간 하나하나에서 어렴풋이 느낄 것이다.
지금 어린 시절의 감정들을 꼭 잊지 말자.
부모님에 대한 사랑, 위인에 대한 동경, 꿈에 대한 열망, 사랑에 대한 용기, 내 삶에 대한 소중함.
너무 구조도 없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끄적였다.
이 글에 담긴 모든 것들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