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이 소떼처럼 몰려오면 발등에 불이 떨어지듯이 시험 범위 공부를 한다.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또는 학생이었다면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물론 공신들은 8주 전부터 시험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큰 결단력이 없으면 공부를 시험 전까지 미루기 마련이다. 수업 시간에 많이 집중을 했다 하더라도, 하나의 개념을 놓치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기만 해도 부가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 그 부가적인 공부를 하고 문제 풀이를 통해 개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개념을 다지는 과정이 진정한 시험 공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혹은 사람들)은 시험 공부=문제 풀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교과목에 나온 개념을 생각해보지 않고 문제 풀이를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빌딩을 지을 때 설계도 안 하고 바로 현장에서 짓기 시작하는(시공하는) 격이다. 심지어 문제 풀이 후에 틀린 개념을 다시 되짚어보지 않고 답만 외우기도 한다. 이것은 설계도 없이 빌딩을 짓고 난 다음 빌딩이 잘 지어졌는지, 기울진 않았는지, 충격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아무 검토도 안 하는 격이다. 빌딩을 그대로 임대한다면, 비가 새거나 곰팡이가 끼고 자칫 잘못하면 조금의 충격에도 무너질 것이다. 이 같은 불상사가 시험날에 찾아오길 바라는 것일까?
본질에 다가가면 공부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말한다. 말 그대로 개념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면서 내 생활이 조금 더 윤택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과학 교과를 배워 여러 화학 물질로부터 내 몸을 지킨다든지, 국어 교과를 배워 뉴스나 시사에 비판적이고 넓은 시각을 가진다든지, 영어를 배워 나라 간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개념을 외우려 들지 않고 이해해야 하며, 개념이 비로소 내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그것이 익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교과목에서 어쩔 수 없이 암기를 해야 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물론 시험 기간에는 시간의 제약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암기를 해야 하지만, 그 지식은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에 따르면 암기한 후 1시간 뒤에는 암기한 내용의 44%가 남아있고, 하루 뒤에는 35%조차 남아있지 않다. 이 내용들은 당장 시험을 볼 때에는 점수에 도움이 되겠지만, 내가 삶을 사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암기의 제약을 극복하고 '본질에 충실한 이해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시험이 몇 일 남았을 때 말고도 일상 속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이해하는 공부를 일상 속에서도 계속 하려면 개념에 대해 호기심으로 파고들어 흥미를 가지는 것이 좋고, 나 또한 그렇게 공부하고 있다. 내가 하는 방법들이 절대적으로 옳다 생각하지는 않지만, 많은 공부법 인강을 듣고 관련 서적을 읽어본 결과 위 방법이 이상적인 공부에 가깝다고 조심스레 확신한다.
당신은 쓸모 없는 공부를 할 것인가, 미래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할 것인가?
(위 글은 whitebear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