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오늘도 반려견을 데리고 고령 연조공원(고령향교)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목줄(하네스)도 채우고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기 위한 배변 봉투를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노인이 나를 부르더니, 여기 공원에서는 반려견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말했다.
나는 분명히 입구 표지판에서 '배변봉투를 이용해 반려견의 배변을 치우고,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고, 맹견일 경우 입마개를 채우는 등 반려견 에티켓을 지키며 공원을 이용하라'는 글을 보았다.
내가 그 노인이 한 말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니, 그저 "계속 개 똥을 치우지 않으니 공원 출입 금지다"하며 근거가 부족한 이유를 들었다. 이에 표지판에 반려견 출입 금지라는 말은 없었다며 말의 정정을 요구하니, 그 노인은 근거 없는 같은 말만 되풀이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반려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위와 같은 발언들에 화가 났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사실 반려견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 1년 전에 반려견과 산책하던 중에, 아줌마들 무리가 지나가면서 반려견에 대해 숙덕이는 것이었다. 그것도 좋은 말이 아닌 "개들 똥은 치우지도 않으면서 왜 데리고 다니냐"와 같은 근거 없는 비난이었다. 그 당시에도 나는 배변 봉투를 소지하고 다니면서 반려견의 배설물을 열심히 치우고 있었다.
물론 모든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반려견 양육 가구)이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는 것은 아니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비양육 가구 사람들이 배설물 때문에 간혹 피해를 보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펫티켓을 지키는 반려견 양육 가구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을 하는 것도, 일반적인 공원을 반려견의 배설물 때문에 무조건 반려견 출입 금지 공원으로 만드는 것도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본다.
반려견 양육 가구 중 반려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그 때문에 양육 가구를 비난하고 반려견 출입 금지 공원을 만든다고? 이는 음주 후 일어나는 범죄가 유독 많고,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니 술을 금지하자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애주가나 매너 있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는 셈이다. (2008~2012년 경찰청 통계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5대 강력범죄 중 28.41%가 음주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이 반려견 양육가구와 비양육 가구 사이의 문제를 따지자면 끝이 없다. 배설물을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 외출 시 리드줄을 하지 않는 것, 짖지 않도록 훈련시키는 것, 예방 주사를 접종시키는 것 등. 나는 어느 한쪽이 잘못되었고, 어느 한쪽이 더 잘했고를 따지기보다 서로의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려견 양육가구는 펫티켓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며 반려견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책임을 져야 하고, 펫티켓에 대한 의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그리고 비양육 가구는 반려견 양육 가구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과 차별을 삼가야 하고, 반려견 양육 가구에 대한 적대심을 이해심으로 차츰 바꿔야 한다. 정부와 지역에서는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반려동물 배변봉투함과 같은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로에게 피해와 상처가 되는 행동 대신, 서로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반려견 양육 가구와 비양육 가구에 대한 문제를 훨씬 빠르게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