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라는 한 해를 또 건너오면서
힘든 날도 많았지만 그와 함께 좋은 일들도 정말 많이 생겼다.
힘들어도 버텨내며 노력한 대회에서 수상하고,
지옥같았던 기말고사 기간을 버티고 괜찮은 성적을 받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고등학생 생활에 이젠 조금씩 길이 보인다.
사실 여러 날들을 건너오면서 마음가짐이 많이 해이해진 것은 사실이다.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몇 번이나 다시 바로잡고
노력이 유일한 길이란 것을 알면서도 귀찮아하고
많은 책을 옆에 갖다놓고도 몇 장 읽다가 다시 덮어놓고
운동한다고 해놓고 많이 빼먹은 날도 많았다.
그래놓고는 이번 해를 꽤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드는 내가 간사하긴 하지만,
그래도 잘 버틴 것 같다.
내게 찾아온 힘들었던 일에 비하면 성취에 따라오는 고통은 별거 아니었고,
주변에 누군가가 아픈 것보다 공부할 때의 힘듦이 훨씬 덜했다.
2021년을 돌아보면 설레이는 장면들도 몇 개가 보인다.
대소고에 처음 입소해서 룸메들과 대화를 나누던 날,
처음으로 교장선생님 앞에서 성적우수상을 받아본 날,
종례 시간에 교탁 옆에서 상을 받은 날들,
처음 서울에 발을 디딘 날,
내가 간절히 원하던 대회 발표 자리에 서있던 날,
그리고 지금.
크리스마스가 되면 항상 그래왔듯,
마음이 왠지 모르게 먹먹해지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마음의 정의를 모르지만, 가끔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럴 때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도 하고, 이렇게 블로그에 가끔 글을 쓰기도 한다.
오늘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집에 있는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치킨을 시켜 먹으려 했지만, 전화해보니 모두 저녁 9시는 되어야 배달 된다고 했다.
덕분에 할머니표 조기구이와 집밥을 먹었다.
치킨의 달콤함보다 더 따뜻했다.
친구와 같이 있지도 않고
성대한 파티에 와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여행을 위해 호텔에 묵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브인 것 같다.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래도
몇 년이 지나고, 내가 간절히 바라던 것들을 이뤄낸 후
그때는 내가 원하는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눈내리는 아름다운 도심 속에서 '지금'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쓴 글은 항상 그래왔듯,
성공하자는 마음가짐이 끝을 맺는다.
성공하자.
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내가 멋진 놈이란 걸 증명하기 위해.
어릴적 나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성공하자.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