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기록/수필

🌱 농촌형 개발자의 꺾이지 않은 꿈 | 2022 창업놀이터 회고록

우준성 2023. 1. 15. 14:52
고등학교 2년이란 시간을 함께한 창업 경험
많은 기회와 변화를 마주했던 시간

얼마 전 한 해의 끝을 알리는 창업놀이터 페스티벌(2022년 12월 16일)에 참가하면서, 드디어 2년(2021년~2022년 후반)을 함께했던 창업놀이터 활동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작년(2021년)에 이어서 올해(2022년) 팀원들과 창업놀이터에 한번 더 도전하기로 다짐하고, 여러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며 불태웠다. 인터뷰, 발표 등에서 여러 번 말했던 사실이지만 굳이 같은 아이디어로 같은 대회에 한번 더 참여했던 이유는 '아쉬움'때문이었다. '그때 조금만 더 페르소나를 잘 분석하고, 조금만 더 창업의 본질을 꿰뚫었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마음 말이다.

 

한 해 더 도전한 후에도 아쉬운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훨씬 더 성장을 하며 내 생각의 변곡점들이 생겼기에 후회는 없다. 내가 경험하고 성장한 여러 변곡점들을 기록하기 위해 2021년에 적었던 창업놀이터 회고처럼 올해에도 회고를 적어보려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다

먼저 2021년 창업놀이터 페스티벌이 마무리되고 며칠 후에, 우리 moreversal(모어버설) 팀은 호미를 잡고라는 프로덕트 및 팀웍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션(Notion) 팀 사이트를 만들었다. 팀 페이지 안에서 팀에 대한 정보 및 회의록, 기타 자료를 관리하기 위해 초반 작업들을 해나갔다. 현재에도 꾸준히 노션을 이용해 API 리스팅, 회의록 정리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웹에서  https://moreversal.com/ 이 주소를 통해 볼 수 있게 도메인을 연결했다.

 

팀 페이지 (moreversal.com)

 

팀 페이지를 구축한 후에는 정기적으로 팀 회의를 진행하며, 방학동안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꾸준히 준비를 해나갔다. 회의 주제로는 '호미를 잡고 실제 앱 개발을 위한 구체화', '비즈니스 모델 변경', '농촌 답사 안건 기획', '팀 내 주도적인 공부 문화를 위한 1일 1성장 공부 기록 진행' 등이 있었다. (우리 팀원들은 모두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개발을 배우기 때문에, 앱 개발에 대한 문제는 외주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팀 회의

 

창업놀이터에 다시 참가하다

위와 같은 활동을 하면서 슬슬 팀 문화를 갖춰가고 프로덕트 개발 및 성장에 대한 욕구가 올라올 때쯤 창업놀이터 참가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우리 팀은 앞서 회의를 진행하며 창업놀이터에 다시 참가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창업놀이터 고등부에 고민 없이 참가했다. 2021년의 활동처럼 올해(2022년)에도 4월쯤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5월쯤에 부트캠프를 진행하는 것으로 여정이 시작되었다. 부트캠프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정의, 준비해야 할 IR 자료 및 창업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배웠다.

 

2022년 6월부터는 멘토링이 진행되었다. 우리 팀의 상반기 멘토는 (주)교육과가치 박진우 대표님이었는데, 창업 및 농산업 분야의 컨설팅을 진행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계셨다. 그 덕분에 농촌을 타깃으로 한 '호미를 잡고' 기획에서 멘토님께 많은 부분 도움을 받았으며, 방향성을 잡는 데에도 현실적인 농촌의 입장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창업놀이터에서는 앙트너라는 역할을 해주시는 분도 있는데, 팀 일정을 조율해 주고 멘토님과 함께 멘토링을 진행하며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우리 팀의 앙트너는 박의혁 님이셨다. 일정 조율 관련해서도, 예산 관련 계획이나 서류 제출 시에도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주시고 창업 아이디어 관련 조언도 아낌없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호미를 잡고란?
이촌향도 현상 및 코로나 상황이 겹치면서 현재 농촌에서 일손 부족 문제가 심화되었습니다. 통계적으로도 일손 부족으로 고난을 겪는 농장주의 수가 늘어났고, 인력중개소를 통해 외국인 인력을 사용할 때 인건비(수수료)도 눈에 띄게 인상되었습니다. 이러한 일손 부족 현상 및 인력중개소의 일손 중개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oreversal 팀은 '호미를 잡고'라는 농장주-일손 연결 플랫폼을 기획했습니다. 

 

상반기 멘토링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프로덕트 방향성 확립 및 구체화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했다. 먼저 앱 플랫폼들은 유저가 확보되어야 비즈니스가 돌아간다는 것, 그래서 수익 모델을 실행하기 전에 사람들이 우리 앱을 많이 사용하게 하는 게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아이디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 부각해야 한다는 것, 문제의 크기가 크다고 느껴져야 비로소 우리 아이디어가 가치를 가지는 것임을 배웠다. 경쟁 업체(서비스)가 있다면 그 앱의 기능들을 벤치마킹해 보고, 그 앱에 없는 핵심 기능을 넣어 차별화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그렇게 7월까지 상반기 멘토링 진행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우리 팀은 작년에 어느 정도 아이디어 구체화를 진행했기 때문에, 보여주기 식이 아닌 실제 사업을 위한 방향성과 비즈니스 모델, 앱의 디테일한 사용성 등을 이 시기에 중점적으로 고민하며 보완했다. 농장주-일손을 연결하는 방향성은 그대로 가져가되, 농촌 수확 시기가 아닐 때에도 앱 사용률을 유지하고 귀농귀촌 농장주들의 니즈(베테랑 농장주로부터 농사 꿀팁 같은 정보 얻기, 농촌 마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그 마을 문화 체득하기)도 채워줄 수 있는 '소통' 기능도 덧붙이기로 결정했다.

 

또한 작년에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연장자(농장주)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디테일한 방법들을 고민하며, 연장자 분들이 선호하는 '전화 상담'에 영감을 받아 농장주-일손 연결 시 상호 '음성 전화'를 통해 연결하는 방법, 기존의 복잡한 회원가입 절차를 없애고자 카카오 OAuth 로그인을 도입하는 방법, 연장자가 농장주 구인글을 생성할 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구인글 생성 자동화' 등의 방법을 고안했다. ('구인글 생성 자동화'란 기존에 구인글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여, 밭의 크기와 작물 종류만 받으면 농사 일정, 구할 인력의 수, 받는 급여 등을 자동으로 입력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연장자는 더욱 쉽게 구인글을 생성할 수 있다.)

 

상반기 사업계획서

 

2022년 8월 20일, 상반기동안 갈고닦은 아이디어로 투자를 받는 '투자설명회'가 진행되었다. 상반기에 팀원들과 함께 만든 사업계획서 발표 자료를 통해 내가 투자설명회 발표를 진행하였으며, 심사위원 분들께 '같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한번 더 도전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일 텐데, 그 도전이 멋있고 보완된 아이디어 또한 만족스럽다', '연장자의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등의 피드백을 받았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투자설명회를 마쳤다. (재미있는 일화를 덧붙이자면 나와 최민재 팀원은 그 당시 부산에서 JUNCTION이라는 해커톤에 참가하고 있었다. 날밤을 새며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하는 중간에 호텔에서 투자설명회 발표를 마쳤다.)

 

며칠 후 투자설명회 결과를 공고받았으며, 우리 moreversal 팀은 70만 원을 투자받았다. 투자받은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9월부터는 예산사용계획서를 작성하고 제출하여, 앱 디자인/로고 외주 및 마케팅 비용, 현장 답사 비용 등을 대회 측으로부터 지원받을 준비를 했다. 이 외주 집행 부분에서는 이경태 팀원이 대회 측과 컨택, 시안 확인 및 결정 등의 활동을 주도했다. 크몽(kmong)에서 호미를 잡고 브랜딩을 위한 로고 외주를 요청하고, 여러 시안 중 선택 및 피드백 과정을 통해 아래 사진과 같은 최종 시안을 받았다.

 

(좌) 예산사용계획, (우) 외주 로고 시안

 

앱 UI/UX 디자인 또한 크몽(kmong)을 통해 외주를 맡겼는데, 한 화면 디자인 당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컸다. 우리 팀은 회의 끝에 전략적으로 화면 1개만 외주를 맡기고, 나머지 UI는 그 화면에 기반해서 통일성 있게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아래와 같은 앱 UI 시안이 나왔고, 아래 사진과 같이 최민재 팀원의 주도 하에 피그마를 통해 다른 화면 또한 제작했다.

 

피그마 앱디자인

 

농촌 현장 답사를 다녀오다

시각적인 외주 말고도, 올해 초부터 기획했던 '페르소나 심층 분석을 위한 농촌 답사' 건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시작했다. 창업놀이터에서 투자받은 예산으로 교통비 및 숙박비를 지원받으며, 최민재 팀원 아버지의 지인 분이 충남 태안에 스마트팜 농장을 운영하고 계셔서 그쪽으로 농촌 답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답사 직전에 답사 일정 및 농장주 분에게 여쭤봐야 할 질문 리스트를 작성하며 준비했고, 2022년 10월 22일~23일 농촌 답사를 다녀왔다.

 

충남 태안의 스마트팜

 

2일에 걸쳐 다녀왔는데, 1일차에 다녀온 스마트팜에서는 토마토를, 2일 차에 다녀온 스마트팜에서는 딸기를 재배하고 있었다. 두 곳 모두 어느 정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는 스마트팜이었는데, 규모가 정말 크고 임베디드 시스템의 집합체라고 느껴진 농장 관리 시스템도 혁신적이었다. 농약을 비율에 맞춰 섞는 시스템, 햇빛 및 온도에 맞춰 움직이는 지붕과 벽, 그 외에 모든 자동화된 시스템들이 개발자인 나로서는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다. (사실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필요한 개발자의 노동을 생각하며 한숨이 나오긴 했지만.)

 

농장이 어떤 형태로 돌아가는지 설명을 듣고 농장을 전체적으로 둘러본 다음, 사무실로 보이는 컨테이너에 들어가 호미를 잡고 사업 아이템을 설명드리고 피드백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도 정말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는데, 아무래도 농촌 현장에 몸을 담고 있는 분께 조언을 듣다 보니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농촌의 실상을 필터링 없이 알 수 있었다. 실제 고객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는 기업가의 조언들이 이 뜻이었구나 싶었다.

 

사무실에서 아이템 소개 및 피드백 수렴

 

위의 페르소나 인터뷰 과정에서 새롭게 깨달은 것은, '농촌의 일손은 외국인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는 점, '그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이 불법체류자'라는 점, '인력중개소에서 실제로 40%의 수수료를 떼니 기존 수수료 없이 연결해 주겠다는 고집은 버리고 10%의 수수료만 떼어도 고객들이 충분히 사용하고 수익 모델이 없다는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점, '농장들은 지자체와 묶여서 관리되니 농촌을 공략하려면 지자체와 협력을 해야 한다'라는 점 등이었다. 이 외에도 '마을회관을 통한 홍보(마케팅 활동)를 하려면 마을 이장님과 친해져야 한다' 등의 농촌에 관한 꿀팁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농장들이 이번에 방문한 스마트팜처럼 변화하면 기존의 일손은 기계로 대체되고 (물론 현재 선진화된 스마트팜에도 수확 과정 등을 위해 일손은 고용한다.) 결국 이 세상에서 '호미를 잡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도 은연중에 많이 고민했다. 이와 같은 생각은 여러 과정을 밟으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온 우리에게는 꽤 충격적이었기에 바로 농장주분께 여쭤보고 조언을 구했다. 농장주 분은 이에 대해 "현재 운영 중인 스마트팜 같은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는 규모가 큰 농장이기 때문에 전국 농장의 극소수이다. 또한 규모가 굉장한 이 농장 같은 경우에도 완전한 기계화가 되지 않은 탓에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현재 아이디어가 당장 쓸모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점차 발전해 가면 되는 것이다"라고 조언해 주셨다.

 

(좌) 스마트팜에서 키우는 강아지, (중) 삼봉해수욕장, (우) 숙소에서 고기 굽는 사진

 

사실 페르소나 분석 및 페르소나 인터뷰만 진행하고 돌아오기엔 너무 먼 거리(대구에서 충남 태안)까지 답사를 와버려서, 학교생활과 대회 진행으로 힘들어진 마음을 회복할 겸 주변 경치도 둘러보고 태안 삼봉해수욕장도 다녀오며, 숙소에서 팀원들과 고기도 굽고 편안해진 분위기에서 평소 못했던 진솔한 말들도 나눴다. 그냥 가만히 학교생활에만 열중했었다면 누리지도 못했을 것들을 지금 누려서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앞으로도 안정된 길 말고 더 모험적인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2일 차에는 창업놀이터 촬영팀 및 운영진님을 뵙고 인터뷰 영상을 촬영했다. 또한 스마트팜 시스템을 관리하는 기술자 분과도 면담하며 호미를 잡고에서 기술적으로 고쳐야 할 부분, 기술 스택에 대한 피드백 및 기술적 방향성 등에 대해 말을 나눴다. 기술자 분과 일손 분들께도 다시 한번 '호미를 잡고'에 대해 피칭을 하며 아이디어 피드백을 받았다. 현장에서 직접 받은 피드백들은 너무나 날카로웠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농촌은 굉장히 한가하면서도 모든 생명체들이 생기 있었다. 농촌 특유의 분위기를 너무 좋아하는 나로서는 '호미를 잡고' 아이디어를 꼭 사업화해서 농촌이 다시 시끌벅적해는 데 기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를 모두 끝내고 나서는 참여한 분들 다 같이 생선구이를 먹으러 갔다. 창업놀이터 운영진 최재혁 님과 대화를 하면서, 창업놀이터에 대한 성찰과 2년 동안 한 아이디어에 매달린 것에 대한 생각 등을 나눴다. 현장 답사와 같은 활동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사실 외주 및 농촌 답사에 들어갈 예산 말고도 다른 마케팅(팜플렛 제작, 홍보 이벤트 상품 구매)을 위한 예산을 잡아놨지만, 그 시기에 다른 대회(STA+C 2022), 해커톤 일정, 기타 작품 전시 및 학교 수행평가 일정이 겹치면서 그 부분의 예산을 미처 사용하지 못했다. 하루 30분 정도라도 할애해서 이 예산까지 사용하고 실질적인 마케팅 과정까지 도달했다면 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하다.

 

피칭 본선에 진출하다

그렇게 여러 활동을 주도적으로 마친 후, 작년과 같이 대회 예선을 진행했다. 전시 부문과 피칭 부문 두 개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우리 팀은 둘 다 참여했다. 전시 부문 준비를 위해 작년에 만들었던 카드뉴스 형식의 아이템 소개들을 대부분 수정했다. 아래 사진은 만들었던 전시 부문 소개 자료인데, 이를 통해 모의투자 42,780,000원을 유치했다. 아쉽게도 전시 부문에서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이 우리 아이템을 세세히 살펴보고 모의투자를 기꺼기 해줬다는 사실에 너무 감동했다. 실제로 자료 너무 잘 봤다고, 정말 응원한다고 해준 주변 분들의 연락을 받고서 꼭 보답해야겠다고 느꼈다.

 

하반기 카드뉴스 형식 소개 자료

 

또한 피칭 부문 준비를 위해 사업보고서(발표 자료)를 다시 만들며, 이 과정에서도 멘토링을 통해 많은 피드백을 수용했다. 발표 자료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2년동안의 집착과 현장 답사를 통한 아이디어 변화'이었다. 특히 현장 답사에서 들은 실제 고객의 피드백을 수용하면서 우리 아이디어가 훨씬 더 성숙해졌다는 생각을, 내가 확신하는 우리 아이디어에 대한 미래를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바쁜 일정에도 2021~2022 '호미를 잡고' 아이템의 변화 과정을 잘 설명해주는 발표 자료를 성공적으로 준비했고, 원격 회의를 통한 피칭(발표) 또한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피칭 부문 본선 진출이라는 소식을 받았다.

 

하반기 사업보고서

 

페스티벌을 위해 상경하다

우리 팀은 피칭 부문 본선 참가를 위해 페스티벌 전날(2022년 12월 15일)에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갔으며, 창업놀이터 측에서 숙소를 지원해준 덕분에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운영진 분들을 뵙고 반갑게 인사드린 후에, 숙소 짐을 풀고 팀원들과 산책을 하러 나갔다. 오랜만에 오는 서울이기도 하고, 눈까지 왔기 때문에 돌아다니고 싶었다. 치킨도 포장해와서 숙소에서 맛있게 먹었다. 우리 학교에서 전시 부문 본선에 진출한 팀(이로운 팀)이 있었는데, 그 팀원 중 한 명이 우리 팀과 친한 친구였기에 같이 치킨을 먹으며 대화도 많이 나눴다. 작년에는 우리 학교에서 우리 팀 홀로 페스티벌에 참가했었는데, 올해에는 우리 학교의 다른 팀(이로운 팀)도 본선 진출에 성공해서 나름 든든하게 느껴졌다.

 

페스티벌 당일(2022년 12월 16일), 팀원들과 택시를 타고 'SJ 쿤스트할레' 건물에 도착했다. 시작 시간보다 좀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대회장에 들어가자마자 급하게 소지품을 두고 옷을 갈아입고, 무대 앞 자리에 착석했다. 얼마 뒤 피칭 본선은 시작되었고, 우리 팀의 발표 차례가 다가왔기에 꽤 떨렸다. 발표 자료를 다시 한 번 보면서 말해야 할 내용을 머릿속에 되새겼다. 우리 팀 본선 피칭 순서가 되어 발표를 진행했는데, 아이템의 본질은 잘 설명한 것 같다고 느꼈고, 질의응답에서 또한 조금 삐걱거렸지만 잘 답했다고 생각했다. 피칭 본선에서 뽑힌 몇몇 팀은 결선으로 올라가 한번 더 발표를 하게 되는데, 나는 결선을 하나도 기대하지 않고 후련하게 발표를 하고 내려왔다.

 

 

내려와서 박의혁 앙트너님을 뵙고, 반가운 마음에 여러 얘기를 나누고 팀원들과 단체 사진도 찍었다. 운영진 분께서 전시 부스도 둘러보고 2층에 가면 사진 인화, CEO 컨설팅 등의 여러 활동에도 참여해보라고 하셔서 팀원들과 찾아가봤다. 사진 부스에는 우리 팀이 농촌 현장 조사를 진행했던 사진도 있어서 반가웠다. 실제 CEO 분께 팀에 대한 상담, 개인적인 진로(개발자와 창업가 사이에서의 갈등)에 대한 상담을 받고 큰 용기를 얻기도 했다. 작년에 높은 성과를 거둔 팀들도 2층 전시에 참여해서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얘기를 나눴다. 작년에 우리 팀은 전시 부스만 조촐하게 운영하다가 상도 못받고 기차 시간때문에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나갔기 때문에, 올해는 상도 타고 페스티벌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회 진행 건물 바로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대회장으로 돌아와 전시 부스 팀들의 창업 아이템들을 둘러봤다. 세세히 설명을 들으면서 영감도 많이 받았다. 같은 한국의 고등학생이라는 게 자랑스러웠고, 또 실제 수익 창출까지 간 팀들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 분들과 함께라면 창업가로 성공할 수 있겠다는, 함께 큰 목표를 실현할 수 있겠다고 느낀 분들과는 대화와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미래에 기회가 되면 같이 성취하고 싶다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소극적이었던 내가 적극적으로 인맥을 만들게 된 것도 이 대회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변곡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회를 즐기는 중이었는데, 다른 팀의 친구가 우리 팀이 피칭 결선에 진출했다고 알려줬다. 정말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던 결과인데, 의아하고 두려우면서도 증명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이 기회를 즐기기로 했다. 피칭 결선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다시 발표 자료를 훑어보고 질의응답 리스트를 작성하며 준비했다. 많이 떨리기도 했지만, 팀원들이 격려해주고 앙트너님 또한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신 덕분에 마침내 결선 발표를 잘 마무리했다. 질의응답 부분에서 우리 사업 아이템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 나와 숨이 막히긴 했지만, 이것또한 다음 단계로 갈 때 곰곰이 생각해보고 고쳐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니 괜찮았다.

 

평소 내가 살아가던 곳과는 다르게, 페스티벌에 참여해 피칭하고 아이템을 전시한 모두가 정말 진취적이고 열정적이며 눈이 빛났다. 내가 살아가는 환경의 중요성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몸소 느꼈다. 계속해서 더 큰물에 나를 빠뜨리면서, 더 큰 세상에 나를 내놓고 싶다.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멋진 사람들 곁에서 계속해서 물들면서 정말 많이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022 창업놀이터 페스티벌

 

페스티벌이 끝나고, 시원섭섭한 마음을 뒤로한 채 팀원들과 서울 거리 구경을 했다.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새삼 알 것 같고, 항상 농촌 인구 소멸을 걱정하던 나도 역설적으로 서울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존에 KTX 표를 늦게 예매한 탓에 밤늦게 기차를 타고 대구에 도착했다. 내가 몸담은 한 대회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후련하면서도 그 사람들, 그 환경들이 그리웠다.

 

회고와 마음가짐

돌아보면, 농촌의 연장자라는 타깃을 플랫폼 사업으로 뚫기 위한 벽은 너무나도 컸다. 인력중개소의 독점 이유 또한 연장자 분들이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선호해서, 일손 중개 중간 과정들을 연장자(농장주)가 신경 쓸 필요 없이 인력중개소에서 모두 관리해 주기 때문이었다. 이를 통해 인력중개소도 꽤 견고한 사업 모델을 가졌다는 걸 깨달았고, 기존에 시장을 독점한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프로덕트를 만들어낸 신생 기업들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는 아직 이 벽을 부수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는 중이다.

 

또 하나 배운 것은, 주도적인 한 명이 열심히 달린다고 팀이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명만 모든 과정을 주도하며 다른 팀원들이 여러 업무를 맡아주지 않으면 그 주도하는 사람도 지치기 마련이고, 결국 삐걱거리다가 대회 포기 및 팀 해산까지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2년 동안 창업놀이터 및 여러 대회에 참여하면서 깨달았는데, 이번 창업놀이터에서 결실을 맺은 이유도 각 팀원들이 여러 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해 주고 서로의 본질에 집중하며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 학교(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에서도 여러 팀이 이 대회에 참가했는데, 팀원들은 모두 기술적으로 훌륭했지만 팀장 혼자만 주도적으로 진행하다가 결국 힘이 빠져 중간에 이탈한 팀이 있었다. 만약 내가 다음에 팀장을 맡아 다른 대회에 참가할 팀원을 모으거나 기업 CEO를 맡아 인사 관련 채용을 진행할 때, 업무를 잘 처리하고 개발을 잘하는 사람보다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겠다고 뼈저리게 느꼈다.

 

작년의 나와 약속한 대로 올해에도 서울에 갈 기회, 더 많이 배울 기회를 잡은 것이 너무 뿌듯하다.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에 많은 경험 덕에 생긴 변곡점이 굉장히 많았기에 지금까지의 행보가 더 성취감 있게 느껴졌다. 고졸 개발자로서는 창업놀이터와 함께했던 2년이란 시간 동안 개발 기술을 습득하고 완성도 있는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게 더 영리한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어쩌면 지금 아니면 가지지 못할 값진 경험들을 선물 받아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서 정말 후회는 없다. 최종 목표가 기업을 멋있게 성장시키는 스타트업 CEO인 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



작년에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 팀을 전적으로 도와주시고 2021 창업놀이터 페스티벌에 참여할 때도 우리 팀 모두 데려가주신 김동균 선생님께 큰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 페스티벌에서 상을 타자마자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지만, 몇일이 지난 뒤 수상 소식을 전해드렸다. 박의혁 앙트너님께도 항상 격려해주시고 아이디어 피드백도 열심히 해주셔서, 문제가 생기면 발벗고 나서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다른 팀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부족했던 팀장의 역량, 피칭 실력, 꽤 부족한 진행도였음에도 우리 팀을 눈여겨 봐주시고 끝까지 해낼 줄 알았다고 응원해주신 다른 운영진 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꼭 보답하고 싶다.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에, 그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이룰 수 있었기에 꼭 보답할 것이다.

 

내년에도 참여하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년에는 더 멋진 환경에서 더 성장할 것이다. 꿈과 가능성의 중요성을 알고 존중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기업가처럼 서로 배우며, 소년처럼 계속해서 꿈꾸며 살아가고 싶다. 미래에는 내가 꾸는 모든 꿈이 현실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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