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기록/수필

미국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개발자 인턴 2개월 회고

우준성 2023. 11. 6. 11:52

2023년 7월 23일부터 9월 26일까지 약 2개월간의 실리콘밸리 인턴 활동을 마쳤다. 교육청에서의 지원 덕에 글로벌 프로그램을 통해 연수 전액 지원을 받아 다녀올 수 있었다. 참고로 필자는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를 다니며, 매년 약 10명 정도가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다녀온다. 필자 또한 노력과 운 덕에 10명 안에 선발되어 다녀왔기에, 선발 준비를 위한 자료와 여러 값진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이 회고글을 쓴다. 또 해당 프로그램에 선발되기 위해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글로벌 연수를 원하게 된 이유

고교 2학년 즈음부터 내 삶의 방향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정해졌다. 그 이후 주요 전공이었던 개발뿐만이 아닌 창업 대회, 인맥을 만들기 위한 모임, 경제 공부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아나갔다. 또 어떤 경험을 쌓을까 고민하다가, 글로벌 연수를 통한 해외여행 및 해외 회사생활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준비하게 되었다. (입학할 때는 단순히 미국을 가고 싶어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위와 같은 동기로 바뀌게 되었다.) 솔직히 기꺼이 사비를 들여 미국까지 갈 순 있겠지만,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배우고 인맥을 쌓는 일은 학교가 아니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에 선발되기 위해 준비한 2년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에 선발되기까지 굉장히 긴 시간이 걸렸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에 입학한 동기 중 하나가 해당 프로그램이었다. 1학년때부터 내신 성적을 챙기며 1학년 당시에는 전교 2등, 3학년까지 총 성적에서는 전교 3등을 기록했다. 또한 전화영어 및 화상영어 등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토익 시험에 응시하며 영어 실력을 꾸준히 키워나갔다.

 

 

1학년 때는 아쉽게 학교에서 진행하는 화상영어 프로그램에 선발되지 못해서 사비로 전화영어를 진행했고, 2학년부터는 화상영어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학교 지원을 받아 학습을 했다.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영어가 제일 도움 되었지만, 그 차선책으로는 화상영어가 제일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영어 문법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 과외를 받으며, 어려운 문장 구조가 익숙해지도록 노력했다. 확실히 실제 소통 능력과 문법 이해가 더해지니 영어 실력 향상에 가속도가 붙는 느낌이었다. 여유 시간 및 주말에는 토익 공부 및 시험에 응시했다. 아쉽게 645점이 최대 점수였지만, 연수를 다녀온 후에도 꾸준히 공부하여 점수를 올릴 계획이다.

 

프로그램에 최종 선발되기까지

3학년 1학기쯤 실질적인 선발이 시작되었다. 1차 선발에서는 자기소개서 및 포트폴리오, 자격증, 상벌점, 기타 가산점 항목에 대한 서류를 제출하여 평가받았다.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전교생 57명의 절반 정도가 1차 지원을 했다. 그 중 15명이 선발되었고, 그 15명을 10명으로 추리기 위해 2차 선발을 진행했다. 2차 선발에서는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하는 면접(어학 구술 면접), 실리콘밸리 기업과의 면접(심층 면접)을 통해 평가받았다.

 

먼저 필자는 1차에서 아래와 같은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 문항은 미리 정해져 있었으며, 고교 생활 전반에서 학교 내외로 진행했던 활동들을 기반으로 작성했다. 프로그램 준비 중 방향을 잡지 못하겠다면 아래 자소서를 적당히 참고하여 적으면 좋을 것 같다.

 

1. 배려, 나눔, 협력, 갈등관리 등의 실천사례와 배우고 느낀 점

[갈등을 관리하는 리더]
 2021년에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신입생이 된 후, 3명의 같은 반 학우들을 모아 ‘창업놀이터’라는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농촌의 일손 부족과 인구 감소 현상’ 문제를 해결하여 조부모님과 같은 농부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고, 페르소나 인터뷰부터 아이디어 구체화, 사업계획서 작성, 마케팅을 위한 예산 사용, 실제 제품 개발 등의 과정을 학우들과 협력하여 해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 방향성에 대한 고민, 개발 일정에 대한 팀 내 갈등, 수익 모델이 없다는 회의감 등 여러 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팀의 리더로서 능동적으로 수많은 회의를 진행하고 팀원 간의 갈등을 중재하며, 담당 멘토님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그 결과 ‘2021 창업놀이터’ 대회 본선 진출, ‘2022 창업놀이터’ 대회 본선 우수상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무엇보다 2년동안 리더로서 팀 내외적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해가며 참된 리더십과 갈등 중재를 배운 것이 뜻깊었습니다.

[배워서 남주자]
저는 꾸준히 배운 내용을 정리하여 블로그에 공유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특히 학교 내신 시험 등을 앞두고 있을 때는 컴퓨터구조,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공학 등 전공 과목의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여 블로그에 공유하는데, 기록한 내용을 같은 동기 학우들과 함께 나누고 학우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직접 가르쳐주는 배려를 실천했습니다. 물론 지식 나눔의 과정에서 지식을 복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학우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성취감이 가장 컸습니다.
 2022년에는 신입생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 멘티 활동에 자원하여 멘토 역할을 맡았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분야인 서버 개발 관련 지식을 주로 나눴으며, 학교 생활 및 시험, 개발, 취업에 관한 제가 가진 경험들도 아낌없이 나눴습니다. 신입생 후배들이 성장해가는 것이 뿌듯했으며, 나눔의 행복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사회 구성원들과 나누고 배려하며 꾸준히 성장하겠습니다.

2. 수행한 프로젝트

- 반려견 생명 존중 서비스, 먹어보시개 백엔드 개발 및 팀 리딩 (대회 참가 프로젝트) (2021.05~진행중)
- 농촌 일손 연결 서비스, 호미를 잡고 백엔드 개발 및 팀 리딩 (대회 참가 프로젝트) (2021.08~2022.08)
- 학생 생활 관리 플랫폼, 도담도담 V6 백엔드 개발 (동아리 및 나르샤 프로젝트) (2022.03~2023.02)
- 음성인식 회의 기록 서비스, Recom 백엔드 개발 (교내 해커톤 프로젝트) (2022.07)
- 주식투자 도우미, 알투 백엔드 개발 (연합해커톤 프로젝트) (2022.10)
[포트폴리오 별첨]

3. 글로벌 현장학습 지원 동기

[아메리칸 드림]
 학창 시절동안 미국 생활에 대한 막연하지만 확실한 꿈을 가지고 노력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영어를 공부하면서 미국 특유의 열린 문화를 동경했고, 해외 취업을 결심한 후 대구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에 글로벌(실리콘밸리) 현장학습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해당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공부했고, 입학에 성공했습니다. 그 후에도 1학년 때는 개인적으로 매일 원어민과 전화영어를 진행하고, 2학년 때는 학교 화상영어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영어 소통 능력을 키웠습니다. 업무 영어 능력 또한 기르기 위해 TOEIC 시험에 응시하여 645점에 달성했으며, 현재에도 꾸준히 영어 학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긍정적 영향을 주는 실리콘밸리 개발자]
 글로벌 현장학습을 통해 실리콘밸리 기업의 개발자로 취업하여, 최신 기술의 본토에서 시니어 개발자로 성장하겠습니다. 회사가 적극적인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최신 기술 도입의 장벽이 낮은 문화에서 제 창의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 고졸 개발자’에 대한 세계의 편견을 깨고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및 한국의 고졸 개발자들에게 긍정적 영향과 자신감을 주는 실리콘밸리 출신 시니어 개발자 겸 창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꿈을 이루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4. 글로벌 현장학습 수행 계획 및 각오

[신입 개발자에서 경력직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개발자로 인턴 활동을 시작한 후에는 ‘신입 개발자’와 ‘경력직 개발자’의 격차를 채워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개발 업무 및 회사 성장을 위한 업무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제가 전공한 서버 개발 분야가 아니더라도 배워야 할 기술이 있다면 주경야독으로 공부하고, 사수 및 직장 상사에게 질문하고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매일 배운 내용을 블로그에 회고 방식으로 기록하고 복습하며, 개발자의 성장 곡선을 따라 슬럼프를 이겨내고 꾸준한 성장을 이뤄내겠습니다.
 또한 출퇴근 시간을 쪼개어 책이나 오디오 북으로 현지 영어 표현을 공부하고, 직장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노력하여, 실리콘밸리에 개발자로 정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다하여 인턴 과정을 거쳐 정직원으로 채용된다면, 병역 문제 해결 및 영주권 획득을 위해 회사 측과 소통하며 해결 방법을 찾겠습니다. 쉽지 않은 길인 만큼 그동안의 노력과 절실함을 되새기며 ‘실리콘밸리 개발자’의 꿈을 이루겠습니다.

[시간은 금이다]
 생산적이고 능력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울 경험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습니다. 봉사 일정이 있다면 예습을 기반으로 성심성의껏 코딩 교육을 진행하고,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글로벌 현장학습에 같이 참여한 학우들과 적극적으로 미국의 여러 교육 시설과 기업들을 탐방하며, 미국의 문화를 피부로 느끼고 경험하고 싶습니다. 일상에서도 배울 기회가 있다면 주저없이 도전하고, 실리콘밸리 기업 개발자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프로그램에 참가한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않겠습니다.

 

굉장히 거창하게 적었지만 자소서의 핵심은 '확고한 하나의 목표'와 '교내외에서 했던 활동들'을 연결하는 데에 있다. 만약 큰 목표가 없지만 미래의 평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면 무슨 활동이든 상관없이 전념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아래와 같은 포트폴리오(겸 이력서)를 제출했다. 자격증은 포트폴리오 맨 아래에 있는 자격증들의 서류를 제출했다. (해당 포트폴리오는 취업 활동 때에도 사용했던 포트폴리오다. 필자는 글로벌 프로그램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따로 만들지는 않았다. 딱히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위의 서류들을 제출하고 기다린 결과, 다행히 15명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필자의 형제가 총 3명이기에 사회 배려 대상자에도 해당되어, 일반 전형보다 더 높은 확률로 뽑힐 수 있었다. 아래 사진처럼 글로벌 연수 준비를 위한 여러 교육이 진행되었고, 2차 선발 또한 진행되었다. 필자의 경우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진행하는 어학 구술 면접에서는 미리 대본을 작성했다. 실리콘밸리에 가고 싶은 이유 등에 대한 연설을 혼자 진행한 후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면접 당일 굉장히 떨렸지만, 평소 영어 프리토킹 능력을 쌓은 덕에 질의응답에도 잘 대응할 수 있었다.

 

 

어학 구술 면접 이후에는 실리콘밸리 회사 CEO와의 1대1 면접이 진행되었다. 한 학생별로 두 회사와 면접을 볼 수 있었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XL8사 및 Interactor사와 면접을 보게 되었다. 두 회사 CEO 분들 모두 편하고 자유로운 면접 환경을 조성해주셔서 많이 긴장은 하지 않았다.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어필했고, 회사의 기술 스택에 대한 필자의 경험 또한 어필했다.

 

그 결과 XL8사에 최종 선발될 수 있었다. XL8사와 면접 당시 CEO님께서 번역 관련 서드파티 앱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필자의 백엔드 기술 스택과 연관지어 말해주셨는데, 실제로 그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설레었다.

 

 

프로그램 준비 및 출국

최종 선발된 이후에도 여러 교육을 들은 후, 비로소 출국을 하게 되었다. 약 11시간의 비행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이렇게 긴 비행은 처음이라 피곤하기도 했지만, 처음 미국 땅을 밟는 순간 새로운 기분을 느꼈다.

 

미국 현지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제이 대표님께서 픽업와주셔서, 공항에서 산호세 숙소까지 차를 타고 갔다. 미국 입국 후 몇일은 시차 적응을 하느라 피곤했다.

 

 

평일 - XL8에서의 인턴 생활

위에서 언급했듯, 필자는 XL8사에서 백엔드 개발을 하게 되었다. XL8사에 뽑힌 인턴 학생은 나 뿐만이 아니라 배진영(Jacob) 동기도 있었는데, 이 친구는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여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XL8은 구어체 기반 기계번역 개발 회사인데, 여기서 우리는 Zoom 회의 내에서 번역을 해주는 서드파티 앱(EventCAT)을 개발/유지보수했다. 해당 서비스는 Nuxt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Nuxt3 Server Engine Nitro(Node.js) 및 TypeScript 스택을 사용하여 개발했다. 구체적인 개발 내용은 기밀일 수 있기에 세세히 명세하진 못한다.

 

협업 툴은 슬랙(Slack), 이슈 관리 툴은 숏컷 스토리(Shortcut Story)를 사용했다. 이 회사에서 생활할 때 (XL8사는 한국계 실리콘밸리 회사이기 때문에) 완전히 영어로 소통하지는 않았지만, 슬랙 협업 시에는 다른 외국인 직원 분들을 위해 영어로 소통했다. 협업 툴 및 이슈 관리 툴을 이렇게 전문적으로 다뤄본 경험은 처음이라, 툴 자체의 매력과 생산성이 높아짐을 느꼈다.

 

 

아래 사진처럼 진행 상황 공유 및 문제 해결을 위해 사수님과 주기적으로 미팅을 진행했다. 또한 사수님과 1대1로 고민을 공유하거나 개인적인 성장 방향에 대해 대화하기 위해 원온원 미팅(One-On-One Meeting)이라는 것도 진행했다. 자유로운 원격 근무를 정말 많이 하는데도 소통이 원활히 되는 회사 문화가 굉장히 메리트있게 느껴졌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보고하기 위해 (그리고 추후 회고 등을 기록하기 위해) 노션에 개인적으로 업무 일지를 작성했다. 아래 왼쪽 사진처럼 오늘 했던 일을 작성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적었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외부 회사인 Recall.ai와 컨택하는 메시지인데, 이것 또한 신기한 경험이었어서 그냥 사진으로 넣었다.

 

 

실리콘밸리 소재의 회사에 인턴으로 일하면서 깨달은 몇가지가 있다. 첫번째로 허례허식보다 무조건 결과와 성과 위주라는 것이다. 실제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실리콘밸리에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오직 성과만으로 판단한다'였다. 미국을 가기 전에는 '말은 그렇게 해도 어느정도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두번째는 능동적인 태도가 내 평가와 성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비단 실리콘밸리에서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여기서는 훨씬 대접받는 마음가짐 같았다. 구체적으로는 눈치보지 않고 언제든 무엇이든 모르는 건 질문하고, 프로덕트를 사용해보며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업무를 만드는 태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능동적으로 업무를 만드는 태도는 나도 실천하기 어려웠지만, 질문은 업무를 명확히 진행하기 위해 마구마구 쏟아부었다.

 

세번째는 팀 내 업무 공유의 중요성이다. XL8은 원격 근무가 많고 직원들이 서로 다른 나라에서 일하고 있기에 소통이 훨씬 중요한 회사였기에, 그만큼 회의를 자주 진행하고 슬랙 협업툴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프로덕트에 대한 의견과 문제들은 슬랙에서 실시간으로 논의되었고, 다른 팀원들이 볼 수 있도록 (각 부서의 진행 상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사소한 문제도 DM보다는 채널에서 소통이 진행되었다. 학교에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도 업무 공유의 부재를 굉장히 많이 느꼈었는데, 이 회사에서 일하며 해결할 방법을 찾은 느낌이었다. (여담으로, 사수님이 가르쳐주신 것들 중 '보고 관련 미팅 시 배경 설명을 최대한 많이 하면 좋다'라는 것이 있었다. 상대가 알고 있는 배경이라도 기꺼이 설명하면서, 어떤 것이 문제고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지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하셨다.)

 

사실 첫 사회생활이자 첫 회사 업무를 본 경험이어서 부족한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어려운 기술과 에러에 부딪힐 때면 그냥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사수님께서도 같이 고민해주시고 솔루션을 제공해주셔서 해결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하며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순간들도 떠올라 후회되지만, 이를 교훈삼아 다음에 올 좋은 기회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주말 - 코딩 스쿨 TA 활동

6주동안은 매주 토요일 코딩 스쿨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코딩 스쿨은 '멋쟁이사자처럼'과 함께 진행하는 한국계 초/중학생들에게 코딩을 가르쳐주는 수업인데, 파이썬 문법과 응용에 대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되었다. 수업을 직접 진행하지는 않고, TA(Teaching Assistant)로서 수업을 진행하며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수업 환경 적응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코딩 수업 마지막 날에도 TA로만 참여를 할 예정이었지만, 주요 강사 분이 불참하게 되어 내가 직접 수업을 진행했다. 간단히 파이썬으로 가위바위보를 하는 프로그램을 짰고, 그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어린 아이들 앞에서 코딩 수업을 한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주말 - 캘리포니아 여행

토요알 코딩스쿨을 끝내고 캘리포니아 곳곳으로 여행을 다녔다. 주로 샌프란시스코나 산호세로 다녔고, 제이 대표님이 차로 태워주시거나 대중교통을 적극 활용해 이동했다. 원래 여행에 대한 주제는 넣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게 빠지면 너무 글이 재미없을 것 같아 사진만 넣으려고 한다. 캘리포니아 여행에 대한 정보는 필자보다 훨씬 더 잘 설명해주는 블로거들이 많을 것이기에.

 

 

프로그램 마무리 및 귀국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은 2개월이 끝나고, 귀국할 때가 되었다. 미국에서 지내며 외국인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문화를 직접 실행하는 경험은 정말 값졌지만, 솔직히 한국이 그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모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과 이제 한동안은 미국 땅을 밟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시원섭섭하고 아쉬웠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면서, 한국이 그리워지는 감정도 느꼈다. 평소에 함께했던 고마웠던 사람들도 새삼 떠올랐다.)

 

다시 긴 시간의 비행 끝에 한국에 도착했고, 공항버스를 타고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도착했다. 르네쌤의 현장 실습 종료 카톡을 보고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제이 대표님 및 르네쌤과 작별인사를 할 때에도 울지 않았는데, 한국에 오고 나서야 고마웠던 분들과 멀어진 게 실감이 났다.

 

 

학교로 복귀한 후에는 1,2학년 후배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성과보고 발표회를 진행했다. 회사별로 발표를 진행했는데, 같은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던 진영이가 공교롭게 그날 실습을 나가면서 나 혼자 발표를 진행했다. 정말 오랜만의 발표라서 많이 떨리기도 했지만, 후배들에게 내가 느낀 모든 것들을 기꺼이 전해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잘 마무리했다.

 

 

회고를 마무리하며

인턴 생활에서 실리콘밸리의 개발 문화를 경험하고 경력을 조금이나마 쌓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인맥이 늘어난 것이 제일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 덕에 배운 것도 많았고,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경험한 순간도 많았다. 또 인턴 생활 외에도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구글 본사에 다녀온 경험, 늦은 시간에 우버도 모두 끊겨 노숙자가 될 뻔한 경험, 숙소에 있는 차고 밴드에서 목이 나가도록 소리질렀던 경험, 블랙핑크와 포스트 말론의 공연을 놓치고 애드 시런 콘서트는 갔던 경험, 직접 겪진 않았지만 친구가 인종차별을 겪은 경험, 친구들에게 다이빙을 배우며 물과 친해졌던 경험, 대마의 냄새를 알게 되었던 경험, 미국 바다에서 냅다 누워 낮잠을 잤던 경험. 타지에서 지내며 겪은 이 모든 경험은 어른이 되어서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

 

이러한 경험을 하게 해준 모든 분들(제이 대표님, 르네쌤, 학교 글로벌 담당 선생님들, 회사 분들, 프로그램 관계자 분들)께 감사하고 싶다. 또 이 행복한 추억들을 후배들도 똑같이 느끼고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들 화이팅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멋진 경험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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